AI추모 에이전트(AI Afterlife)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살리는' 행위, 윤리적으로 괜찮을까?

seesee1 2025. 7. 18. 12:29

AI 기술은 이제 죽은 사람의 데이터로 '디지털 부활'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인의 동의 없는 재현은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하는 질문이 남습니다. 기술의 발전보다 더 중요한 건 인간의 존엄과 기억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1. 디지털 부활: 고인의 데이터를 통해 다시 살아나는 사람들

 

인공지능(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이제 ‘죽은 사람의 디지털 부활’이라는 새로운 윤리적 딜레마를 불러오고 있다. 과거에는 죽음이 곧 영원한 작별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날, AI는 생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망자의 목소리, 얼굴, 대화 스타일까지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일부 스타트업은 고인의 생전 SNS, 음성 메시지, 영상 등을 수집해 AI 챗봇이나 3D 아바타 형태로 ‘고인을 다시 만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유족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인 동시에, 타인의 기억을 기술적으로 소유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부활은 단순한 기술 구현을 넘어, 인간 존재의 경계를 재정의한다. “죽은 사람은 다시 말을 걸 수 없는 존재”라는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어떤 윤리적 기준으로 이 기술을 판단해야 할까? 기술의 진보가 곧 옳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고인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디지털 페르소나는 ‘기억’이 아닌 ‘왜곡된 재현’ 일 수도 있다. 디지털 부활은 유족에게 감정적 안정을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고인을 또다시 소비하는 대상화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살리는' 행위, 윤리적으로 괜찮을까?

 

2. 동의 없는 데이터 사용, 인격권의 침해인가

 

윤리적으로 가장 민감한 문제는 ‘고인의 동의 없는 데이터 사용’이다. 살아생전 어떤 사람도 ‘내가 죽은 뒤 내 데이터가 AI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 현재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사망자의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호하지 않거나, 보호 기간이 짧은 편이다. 이 틈을 타 일부 기업은 고인의 SNS 글, 영상, 음성 등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상업적으로 활용한다. 유족이 반대하더라도 고인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쟁점은 ‘죽은 사람에게도 인격권이 있는가?’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고인의 초상권이나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인정하지만,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재현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백이 많다. 고인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데이터로 그를 다시 재현하는 것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그의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일 수 있다. 데이터가 곧 인격의 일부가 된 시대에, 고인의 동의 없는 디지털 활용은 분명한 윤리적 논쟁의 대상이다.

 

3. 유족의 감정과 상업적 이익의 충돌

 

고인을 재현한 서비스는 감정적으로 취약한 유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조심스럽다. 부모를 잃은 자녀, 배우자를 떠나보낸 이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은 큰 상실감을 겪는다. 이들에게 “고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제안은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익을 목적으로 한 플랫폼과 기술 기업의 이해관계가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마치 위로를 제공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상업화된 죽음’을 만드는 셈이다. 디지털 부활은 사랑의 연장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정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 유족이 AI로 구현된 고인을 자주 찾아보고, 말을 걸며, 돈을 지불하는 것은 기술의 진보라기보다, ‘슬픔의 상품화’다. 과연 그것이 고인을 위한 진정한 추모인지, 아니면 유족의 감정을 반복 소비하게 만드는 상업적 장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4. 앞으로의 윤리적 기준과 법적 대응 방향

 

앞으로 우리는 고인의 데이터를 다루는 데 있어 단순한 기술적 기준이 아니라, 포괄적 윤리 기준과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일부 국가에서는 ‘디지털 유산법’을 논의하고 있으며, 고인의 데이터가 누구의 소유인지,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사망자의 개인정보 보호 연장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 일부 주는 ‘디지털 자산의 사전 동의’ 조항을 법제화하려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고인의 개인정보는 대부분 3년까지만 보호되고 이후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진다. 이런 공백 속에서 AI 기술은 빠르게 고인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고, 이로 인한 법적 분쟁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는 생전 고인의 의사를 명확히 남길 수 있는 ‘디지털 유언장’ 제도를 도입하고, AI 기업은 고인의 데이터 활용 시 이를 명확히 표시하며, 유족의 감정적 건강까지 고려하는 가이드라인을 갖춰야 한다.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기술은 가능하지만, 모든 것이 허용되지는 않는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단지 데이터를 재조합해 만든 디지털 존재가 아니라, 고인의 존엄과 기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활용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인간의 죽음을 소비하지 않기 위한 윤리, 기억을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보존하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기술이 인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기억의 보존’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